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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Z 데일리

해외에서 여권 분실시 대처법 :: 응급 여권 발급, 응급 여권으로 뉴질랜드 입국, 호주 시드니 여권 분실

by 아나벨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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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는 좋았지

 

무려 3년 만에 재방문하는 호주.

 

오프를 몰빵한 주말이 아깝지 않게 금요일 새벽 7시에 시드니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는 용기를 내 보았다.

 

확신의 MBTI P형답게 4일 치의 짐을 후다닥 새벽 1시까지 싸고 딱 3시간 동안 눈을 붙였던 게 문제였을까.

 

가깝고도 먼 나라 호주

 

오클랜드에서 각 종 면세점과 공항 라운지를 거쳐 시드니 공항까지는 아무런 문제 없이 순조롭게 도착을 했건만

 

역시 내 여행에 사건 사고는 빠질 수가 없다.

 

 

사건의 경위를 살펴보자면,

 

1. 시드니 공항에서 유심을 샀고 (아예 작동이 안 되는 불량 유심이었다.)

2. 환불이 안된다는 인도인 직원과 실랑이를 하다가 열받은 채로 공항 밖으로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 탔으며

3. 시드니에 잠시 머물고 있던 친구 A의 호텔에 들렀다가 트레인을 타고 시드니 중심가에서 커피를 마시고 돌아온 후

4. 친구 A의 호텔로 나를 데리러 온 진짜 이번 여행을 함께 할 친구 B, C와 만나서 내가 예약한 호텔의 체크인을 하려는데

 

5. 내 가방 안에 여권이 없다....

 

6. 캐리어, 핸드백, 자켓.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7. 아...... 이 정신머리 없는 인간아........ ㅠㅠㅠㅠㅠㅠㅠ

 

다행히 보관 중이던 택시 영수증

 

패닉 한 나를 달래주는 보살 같은 친구들. 사기 맞은 불량 유심을 허망히 들고, 희한하게 와이파이도 안 터지는 방을 받은 무능력한 나를 대신해서 시드니 여기저기에 전화를 돌려줬다. 공항에서 탄 택시, 친구 A의 호텔, 잠깐 들렀던 카페, 공항의 유실물 보관소 등 가능성이 있는 모든 곳에.

 

 

어딘가 있겠지, 잘 찾아보자, 설마 진짜 다른 것도 아니고 여!권!을! 잃어버렸겠냐......

 

 

택시 영수증에 나와있는 택시 회사로 전화를 했더니 그 기사님은 운전 중이라 메시지를 남겨주겠다고 했고

친구 A는 지금 본다이 비치로 놀러 가는 트레인 안이라며 저녁에 호텔에 돌아가서 찾아봐주겠다고 하고 

카페는 오후 3시가 넘어 벌써 문을 닫았는데 다행히 친구 B가 그 카페 바리스타와 인스타 맞팔이라 DM를 남겨줬고

시드니 공항의 유실물 보관소는 주말에는 문을 닫고 습득한 분실 여권은 모두 이민성으로 보낸다는 충격적인 답변을 받았다.

 

 

그럴 일 없겠지만 혹시나 시드니 공항 유실물 보관소에 연락할 일이 있다면 이 링크를 누르세요ㅜ

 

Lost property

 

www.sydneyairport.com.au

 

 

뉴질랜드 영주권을 가지고 오클랜드에서 일하는 한국 시민권자가 호주에서 여권을 잃어버렸다.

 

 

생각만 해도 복잡한 그 일이 바로 나에게 벌어졌다.

 

혹시나 여권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나는 뉴질랜드로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으로 가야 하나? 어.. 오히려 좋아?... ㅎㅎ

 

우리끼리 인터넷에 검색해서 추측만 늘어놔봤자 해결되는 건 없다. 비상시에 임시로 발급이 가능한 응급 여권이 있다는 친구의 말에 나는 시드니 24시간 응급영사콜에 전화를 걸었다.

 

 

금요일 근무 시간이 끝났고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면 다시 뉴질랜드로 떠나는 비행기에 타야 하는 나는 이름도 무시무시한 [사건사고 전용 긴급전화]에 전화를 걸었다. 사정을 설명하자 정말 친절하게 중요 포인트만 딱딱 집어서 야무지게 설명해 주시던 시드니 영사관님.

 

1. 현지 경찰서에 여권 분실을 신고할 것

2. 절대절대절대 늦지 말고 월요일 아침 9시까지 대사관으로 방문할 것

   (응급 여권 발급에 시간이 꽤 걸리고 내 시드니 Out 비행기가 월요일 저녁 7시이므로)

3. 분실한 한국 여권의 사본, 소지하고 있는 신분증 (내 경우에는 뉴질랜드 운전 면허증)

4. 시드니에서 Out 할 비행기 티켓

5. 현금으로 70불

 

6. 발급된 한국 응급 여권으로 뉴질랜드에 입국이 가능한 지는 뉴질랜드 대사관에 알아볼 것...

   (응급 여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들이 있다고, Single use passport라고 하면 된다고 하셨다..)

 

 

1~5번 다 가능한데 6번이....

 

시드니 영사관님께서는 뉴질랜드도 분명 호주에 24시간 응급 영사 업무를 처리하는 영사관이 일하고 있을 것이다 하셨는데..

워라밸 끝장나는 뉴질랜드 공무원들한테는 어림도 없지. 근무시간 끝났다는 자동응답만 주구장창 흘러나오고 아무리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뉴질랜드 현지의 이민성 직원들은 벌써 퇴근하고 없다. 걔네는 업무 시간이라도 통화 연결 대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릴 것..

 

결국 나는 6번은 내 운명에 맡겼다.

 

어쩔 수 없지 않나. 뉴질랜드에서 우리는 이딴 여권 안 받아주니 한국으로 돌아가라 하시면 그냥 네..ㅜㅎ 하고 돌아갈 작정이었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야경

 

이 이상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슨 시트콤 찍는 것도 아니고, 다들 지금은 확인이 불가능하고 나중에 여권이 있는지 없는지 찾아봐 주겠다고 뜸을 들여서 나는 속을 두 배로 졸였지만 괜찮았다. 이 정도 위기는 위기도 아니지. 이딴 사건으로 이번 여행을 망칠 수는 없어. 우리 그냥 일단 놀러 가자. 나는 친구들을 데리고 달링하버로 갔다.

 

 

이미 벌어진 일, 그냥 즐기자

 

코끼리가 방 안에 있는데 아무도 그 코끼리에 대해 말을 안 해 ㅋ

 

말해서 뭘 어떡할 건데. 코끼리를 그 방에서 꺼낼 수도 없잖아. 그러면 그냥 그딴 거 없는 척, 우리가 원래 하려던 대로 하자. 우리는 먹고 마시고 발에 물집이 터지도록 시드니를 종횡무진했다. 신나게 놀다가 잊을만하면 비보가 들려왔다. 내 여권 거기에 없대... ㅋㅎㅎ

 

 

 

경찰서 근처 Surry Hills 시드니 핫플이더라. 또 가고 싶다. 물론 저 경찰서 말구요..

 

호주 이민성에까지 혹시 내 여권 못 봤냐고 전화하고 나서야 드디어 나는 내가 여권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왠지 아무 근거도 없지만 내 여권을 누군가 찾아줄 것만 같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그런 일은 결국 생기지 않았고 우리는 경찰서로 향했다. 

 

여권 분실 신고 하러 왔어요

 

바쁘신 분들 또 내가 번거롭게 민폐 끼쳤다. ㅜ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분실한 여권 사진과 내 신상정보를 알려드렸더니 반나절이 지나고 내 메일에 police report를 보내줬다. 이 사건 보고서는 응급 여권 발행에 필요한 것은 아니고, 혹시나 내 여권을 습득한 사람이 내 여권으로 범죄를 저지르면 내가 여권을 분실한 이후에 일어난 범죄라는 증거로 쓰인다고 한다.

 

 

시드니 영사관

 

시티 중심가에 위치해서 찾아가기 너무 쉬웠다. 찾아갈 일이 없었으면 좋았겠지만..ㅎ

 

이곳에서 작성한 서류는

 

1. 여권 분실 신고서

2. 여권 발급 신청서

3. 긴급 여권 신청 사유서

 

대사관에 비치된 무료 프린터기에서 출력한 서류

 

1. 비행기 티켓 사본

2. 여권 사본

3. 뉴질랜드 비자 사본 (응급 여권 발행에 필수는 아니고 뉴질랜드에서 요구할까 봐)

4. 경찰 사건 보고서 사본

5. 대사관 무료 사진기로 증명사진 촬영

6. 6x.x불 현금 납부

 

이렇게 거의 30분이 넘는 작업을 거친 후 같은 날 오후 3시까지 응급 여권 찾으러 재방문하라는 명을 받았다.

 

대한민국 신여권

 

파랑이 여권.. 나는 5년 후에 받아도 됐었는데.. 그렇게 됐다.. ㅠ

 

이 응급 여권을 발급받는 과정은 복잡했지만 우리나라의 공무 집행은 역시 굉장히 효율적이고 막힘이 없다고 느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문제는 뉴질랜드에 입국할 때 생겼다. 새로 발급받은 여권이 티켓을 구매할 때 기재한 여권 번호와 달라서 수속하는 공항 카운터 직원이 뉴질랜드 정부에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전화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공항 카운터 앞에 서서 한 시간가량을 소비했다. 친구들은 혹시 내가 뉴질랜드에 못 돌아갈까봐, 못 가면 그냥 캔버라 데려가려고(.. 좋은데?) 그 비싼 시드니 공항 주차장에 두 시간이 넘도록 차를 두고 나와 카운터 앞에서 기다렸다. 의리 최고다 진짜. 뉴질랜드 오면 내가 얘네 업고 다녀야지 ㅜㅋ

 

아무튼 시간은 걸렸지만 무사히 비행기 티켓을 받았다. 응급 여권은 원래라면 지하철 타듯이 전자여권 쓱 스캔하고 자동으로 얼굴 사진 찍고 통과했을 구간마다 오류가 생겨서 사람이 있는 창구로 가야 했다. 평소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은 오클랜드로 무사귀환.

 

 

결론은 한국 응급 여권으로 뉴질랜드 입국 가능합니다.

 

 

하지만 응급 여권을 받아주지 않는 나라도 있다고 하니 각자의 상황에 맞게 판단하시길.

 

 

home sweet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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